2025년 12월 22일 월요일

창작 오페라 -3과 2분의1 A-

 요즘은 계속해서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공연을 보고 있다.
심지어 주중에도 볼게 있으면 한밤중에 집에 들어와도 보게 된다. 왜 이러지.. 공연은 너무 좋긴 한데

오페라를 실제로 본건 몇편 안된다. 주로 비디오 매체를 이용해서 봐왔다.
실제 공연은 비싸서 보기 쉽지 않고. 값이 비싼만큼 대형극장에서 으리으리하게 하는것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은 어찌할수 없는것이지. 비싼 공연 한편보고 한달동안 공연을 굶을순 없는거 아닌가?

예전엔 대학로에서 소극장 공연도 종종 있었는데. 심지어 소극장 가수 콘서트도 있었고..
(이선희 콘서트도 혼자 가서 보고 그랬는데)

아르코에서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이런 창작 오페라 몇편을 하길래 두어편 예매한것중 한편이다.
3과2분의1 A는 신데렐라의 신발 사이즈라고 한다.
단위가 인치라면 9센티미터밖에 안된다는거니.. 이것은 아닐거고 그들만의 사이즈가 있겠지
아무튼 작디 작은 발 사이즈라고 한다.
(어디서는 대략 215mm 정도라고 하니 작기는 한데 내가 260mm라서일까 엄청 작다는 느낌은 안든다.)

반면 언니들은 상대적으로 발이 큰 왕발 자매들(처음 부대에 등장했을때 엄청 웃겼음 ^_^)

그림동화를 원작으로(잔인한 부분때문) 의붓자매들 싯점에서 각색(재해석까지는 아닌거 같음)된거같다.
현대적감각으로 입혀진거 같지만 그림의 신데렐라 동화 자체가 아무래도 좀 독한 면이 있어서
현재의 시각으로 봐도 크게 손색없이 맞출수 있는 훌륭한 동화다.(이정도면 잔혹동화라고 해야 하나?)

이걸 오페라로 만들었다니.
오페라는 음악이 있어야 하고 가곡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연극적 요소의 연기도 필요하다.
그러니 한 사람이 혼자서 해내긴 쉽지 않은 작업으로 보이는데(옛날엔 대부분 혼자 한건가?)
음악극(뮤지컬)도 그렇고 일이 많을거 같은 오페라 창작..

현대 작곡된 관현악은 몇곡 들어봤지만 내 취향엔 고전이 편해서 고전을 듣는 편인데
오페라, 뮤지컬 같은것도 새로 나온것은 보고 싶지만 막상 생각나고 선택하는것들은 과거의 것들이다.
이것은 익숙함도 있지만 과거에서 지금껏 살아남은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때문이고
그 이유란것은 아름다운 서사와 그에 걸맞는 음악(또는 노래, 춤)이 있기때문일것이다.

현대 작품들이 과거의 것을 이겨내기 어려워 하는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것이다.
그나마 연극이나 음악극 특히 뮤지컬은 현대의 것도 훌륭한것이 많아보이지만
단순히 취향의 문제로 생각해버려도 되는것일까?

그래서 한편으로 기대하고 다른 한편으론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뭐랄까? 성악이란게 한국말과 잘 맞는 느낌도 크게 없어서 듣는데 쉽지않기때문이기도 하고
붙는맛이 떨어지니 감동도 좀 떨어지는 감이 있어서다.(벨칸토 창법은 한국어와 잘 맞지 않는 기분임)

아무튼 그렇게 공연이 시작되는데.. 소극장이다보니 마이크 스피커 없이 공연한다.
뭐랄까? 사람의 목소리라는게 방향성을 갖는다는것, 어찌보면 이 방향성이 독이 되는 무대 디자인인거 같다.
마름모꼴로 무대를 설정하고 좌우 변에 관객석을 만들어놔서 원형극장 비스므리한 기분이 들도록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배우가 좌우 고개를 돌려가며 노래를 할수밖에 없는데 이때 음색이 바뀐다는 것이다.

보통은 무대를 전면으로 두고 배우들은 전면을 주시하며 연기를 하기때문에
관객들은 좌,중,우 중 한곳에 앉아있다면 배우들이 정면을 주시하므로 서로 다른 음색이지만 변화없이 동일하게 들을수 있는 반면
이번은 전혀 그러질 않는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일반적인 대사라면 그 의미만을 집중 하면 되는데
노래다보니 노래의 음색이 계속 바뀌면 전달하려는 느낌이 퇴색된다.(적어도 좋아지진 않음)

작년 국립극장에서 한걸 유튜브에서 봤는데(아래 링크) 이때는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한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일정한 음색을 스피커로 전달할수 있기때문에 같은 품질로 관객에게 전달할수 있다.
(영상을 보더라도 음색이 바뀌는 경우가 없이 일정함)

그리고 아르코 소극장이라도 무대가 작지 않는곳인데 꼭 이렇게 마름모꼴로 사용했어야 하는 의구심도 든다.
부채꼴모양으로 관객석을 만들고 무대를 좀더 넓게 썼으면 안됬던 것인지
전체적으로 아르코 소극장의 절반도 못쓴 모양세로 답답한 기분이 드는 무대 사용은 조금은 조잡하고 갑갑했다.
특히나 왕자와 신데렐라는 무용을 하는 분들로(대사, 노래 없음) 말 그대로 앞에서 무용으로 자신들을 표현하는데
그 좁디 좁게 만들어놓은 무대에서에서 몸으로 표현하는게 맞는건가 싶었다.

우리가 흔히들 기억하는 오페라는 아무래도 돋보이는 아리아가 생각난다
작곡가는 이부분에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였을것이다. 기억에 멋있는 노래 한곡 남기를 기대하며
나는 첫번째로 기억남는것은 첫째 언니 그리고 후반부 둘째 언니의 각 각의 아리아가 어렴풋 기억은 난다.
하지만 아쉽게도 멜로디가 기억나진 않는다. 그만큼 무엇인가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약간은 산만함이 있었다.
작품보단 무대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다시 보지 않는이상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올해 말고 내년에 다시 기회되면 볼수 있길)

그러나 초반에 비해 시간이 흐를수록 몰입감이 올라가면서 배우들의 흡입력이 대단히 높아지는걸 봐선
처음의 어색함이 사라지면서 본연의 맛을 느끼기 시작한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때가 거의 후반부라서 이후의 감동이 길지는 않았던거 같다.

내용을 좀 뒤틀어놔서 현대사회를 비판한다고 하지만 그다지 날카롭지는 않았다.
그리고 엔딩은 개연성도 떨어지는데..(일반인이 왕자를 그리 쉽게?) 왜 그런 결론을 만들었을까?
억지로 현대물 느낌 나도록 뒤틀어 버린게 아닌가 싶었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는 저들의 노랫가사에도 나오고
뚜렷함은 있다. 딕션이 좋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그러한 것들.
다만 주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파헤치는 맛은 거의 없기때문에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온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공연 시간도 길지않고 내용도 쉽고 간간히 섞인 코믹은 보는 재미를 충분히 잘 살려내고 있다.

그리고 첫째 언니(한지혜)의 연기는 단연 탑이었다.(정극을 해도 훌륭할거 같은 연기력)
이분 아니었으면 연극에서 낭독극이라는 장르처럼 낭독오페라 느낌이 들뻔했다.

아직 일주일간 공연이 남았으니 시간되는 분들은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왠만하면 일반적인 무대 모양으로 하시길 권함 

출연 : 한지혜, 박현아, 김은혜, 백진호, 강혜림, 서보권
앙상블 : 김한수, 강진영, 김화영, 김하은

극장을 갈 수 없는 분이라면 https://www.youtube.com/watch?v=lFPHafpF7aA 이곳에서 공연을 공연하고 있음

-추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단 공연의 티켓가격은 최저임금 두배를 넘지 말자



2025년 12월 21일 일요일

 

판소리는 근래엔 좀 뜸했다.
이유는 아무래도 좀 길고 가사가 한문 그자체인경우가 많아서 어렵기도 하고
몇시간동안 창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좀 안쓰럽고 나도 힘들기도 하다.
그래서 국립극장은 음향이나 무대는 훌륭하지만 의자는 별로기때문에 서너시간 동연을 본다는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오늘 공연은 3시간 공연이었는데 특이한것은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것.
3시간 공연인데 쉬는시간이 없다고? 주로 관객은 노인층이 많은데?

판소리 공연 문화가 특별히 쉬는 시간이란게 주어지는 공연은 아니다.
한국의 마당놀이란게 화장실가고 싶으면 그냥 다녀오면 된다.
이런점이 아무래도 서양 공연예술과는 많이 다르긴 하다. 조선시대에 무대라는게 특별히 있던것도 아니었고
실내악도 아닌 고관대작들 혹은 부자들이 초정하면 마당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듣고 즐겼던 문화니
(영화 '서편제'를 보면 소리꾼은 돈있는 양반이 불러오지만 모든 사람이 다 듣도록 열어둔다)

일반적인 무대공연이 익숙한 나로서는 3시간은 그냥 참는 시간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을 다녀오는거 같다. 물론 한시간마다 해설자가 나와서 해설을 하는데 그때 잠시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별다르게 시간을 정해두진 않고 이때 다녀오라고 해설시간엔 관객석도 불을 환하게 켜둔게 아닐까싶다.

언제부터 홀로그램 아닌 홀로그램이라며 프로젝터로 돌아가신 분들의 영상을 틀어준다.
40주년이다보니 완창판소리에 출연한 모든 분들을 보여주는듯 싶다.
특이한것은 내가 알고 있는 분들이 제법 있다는 것인데 판소리를 들은게 몇년 안되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것인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알게모르게 TV에 나왔었기때문에 알고 있는것일텐데
조금은 특이한 기분이었다.

공연은 한분당 30분정도씩 총 6분의 명창들께서 나오시고 고수는 두분이 맏으셨는데

김영자 '수궁가' 중 '토끼 배 가르는데 ~ 세상 나오는데'
조소녀 '춘향가' 중 '오리정 이별 대목'
성준숙 '적벽가' 중 '적벽강 불 지르는데 ~ 장승타령'
유영애 '심청가' 중 '추월만정 ~ 황성 올라가는데'
정순임 '흥보가' 중 '제비 강남 가는데 ~ 박 타는 대목'
김일구 '적벽가' 중 '동남풍 비는데 ~ 자룡 활 쏘는데'

이런 레퍼토리였다. 이중엔 정순임 명창께서 올해 여든다섯이란 연세가 믿기지 않을정도로의 열정 그자체를
선보여서 보는 내내 감탄에 마지않았다. 젊은 사람 못지 않은 파워와 오랜 공연에서 익혀진 노련미까지

오늘은 40주년 기념 공연이므로 원로 명창분들만 나오셨기때문에
분위기가 무거우면서도 기분좋은 그리고 멋있고 아름다운 인생의 한장르를 보는거 같아서
소리보다는 예술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거 같아 눈물이 조금씩 조금씩 흘러나오는걸 닦느라 신경좀 쓰였다.

개인적으론 사람들이 은퇴란것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힘들어서 쉴 지언정 자신이 평생 해왔던것을 일어서기도 힘들어하는 석양의 끝 자락일지라도
소년, 소녀가 무대에 처음 오르듯 한껏 긴장된 심정으로 공연해주시는 저들처럼
다른 모든이들도 그 끝까지 처음의 설램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던 시간으로

너무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끝에 다같이 모여서 인사해주셨으면 사진이라도 한컷 찍었을텐데 그런 커튼콜이 없다는게 아쉬웠던 진행이었다.

소리 : 김영자, 조소녀, 성준숙, 유영애, 정순임, 김일구
고수 : 조용안, 이태백
해설 : 김성녀, 최동현, 유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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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0일 토요일

국악 -나례 儺禮-

 

국악을 몇해전부터 보다보니 묘한 루틴이 생기는거 같다.
나례, 축제, 묵향, 판소리(송년판소리) 같은 것은 고정 레퍼토리가 되가고 있다.

특히 나례는 작년과 레퍼토리나 안무, 구성등에서 변화가 거의 없다.
일종의 신년 맞지 의식같은것이니 구성이 특별히 바뀔 이유는 없기는 한데
그래도 어차피 현대적으로 새로 만든 안무같은것들이나 구성은 좀 바껴도 매년 조금씩 달라져도 좋지 않을까싶은데
특히 그해마다 발생했던 큰 사건사고들을 액땜한다거나 하는 식의 구성으로
매년 만든단게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굴직한 구성은 두고 한 페이정도라도 좀 공감되도록 해주면 좋으련만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것인지 탄핵, 대선 관련 이야기 한줄 없었다.

아직까지는 프로그램을 읽어도 막상 공연을 이해하기는 좀 어려웠다.
하늘에게 고하고 역신을 달래고 잘 안되니 쫓아내고 신년의 안녕을 기원한다.
(고천지,세역신,구나희,기태평)

겨울엔 대부분 이렇게 귀신을 달래는 의식들이 좀 있다. 팥죽도 먹고 쥐불놀이도 하고 채도 걸어놓고
춥고 배고프던 계절이니 병에 걸리지 않고 내년엔 풍년되길 기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었을까?

그러보면 십이지신은 우리 한국에서 신의 역할이었나?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신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역신들과 싸우긴 하는데
지극히 중국 무협극 같은 기분은 지난번하고 크게 다르진 않다.

기태평에서는 대취타와 향아무락이 나오는데 움직임에 호흡을 맞추면 특이한 기분이 든다.
무엇을 형상화 한것까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의 신체리듬과 연관된 리듬으로 보는이로 하여금 안정된
기분을 주는것이 아닌가란생각이 든다.

무용이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날엔 저들이 신과 우리의 안녕을 위해 왜 저와 같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몸은 움직이는지 알게 되겠지.

출연 : 국립국악원 정악단, 무용단, 민속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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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4일 일요일

연극 -올가미(완벽한 가족, 붉은 일기장)-

 

창조소극장이 즐겨찾기에 저장이 안되있다는건 여기를 처음 온다거나 저장하지 않았다는건데 기억은 없다.
바로 옆이 동국소극장이라 이곳은 일년에 몇번은 연극보러 오는 곳이니 늘 옆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배우 몇몇은 엄청 낯이 익다. 왜 일까? 어떤 연극에서 봤던걸까.
그 동안 극단대작에서 공연한 이십여편중엔 본게 없어보이는데. 정말 모르겠다. 저 분들을 어디서 봤을까.

이번은 두편의 연극이고 연관성은 없다. 신인작가전라고 하지만 다들 연배가 어느정도 되는거 같은데
신인작가라고 하는게 맞는건지 희곡을 이번에 처음 쓴 기성 작가인지 취미로 하다가 처음 등단했다는 건지
(연극 내용들에서 흡입력 있는 전개나 설정 표현같은것은 없어보이는데 어떤 기준으로 선발됬을까싶음)

50분정도 되는 '완벽한 가족'와 '붉은 일기장' 두편을 100분간 공연한다.

한편에 50분정도기때문에 강렬하고 인상깊게 치고 빠지면 되는 시간이다.
생선 중간 토막에 머리와 꼬리는 개미만하게 너무 맥락이 없으면 안되니까 흔적만 보이면 충분히 재미있을 시간이다.
처음은 '완벽한 가족'

응?????
뭐지???
뭔가 이상한데?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하지?
어떻게 3명 모두 연기를 못하지?
아마추어 극단인가? 팜플렛을 보면 아닌거 같은데.. 그 동안 이십여편 공연한것은 뭐였을까?

딕션, 감정표현, 몸의 표현, 시선, 템포 모든것이 어색하다.

그래서 연극의 내용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이 극단은 뭐지?

연극의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집착이 심한 어머니와 그에게 자란 아들과 딸.
여기서 아들은 거의 어머니이가 시키는 대로만 살다가 자아분열같은 증세로
회사도 때려치고 어머니의 요구를 모두 거절한 후 자신을 찾기위해 떠난다.
그 빈자리를 딸에게 대처하려는 와중 아버지가 자살한 이유도 어머니때문이란것을 알게 되는 등
어머니는 한순간 참회하고 아들과 딸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이건 오히려 제법 긴 연극이어야 할거 같은데 50분짜리로 만들다 보니 생선 중간토막 자체가 토막난 기분)

전혀 스릴러, 긴장감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배우들이 너무 소리를 가차없이 질러댄다.
얼굴의 표정없이 소리만 질러대는 통에 잠도 안오고 내용도 안오고 재미도 없다.

차라리 몇해전에 봤던 완전한 아마추어 극단이라면 그것을 감안하고 보면 기대감도 낮아져서
좀더 감동이 왔었을까? 이건 분명히 그것과는 다르다. 감정 고조가 너무 엉망이다.
대극장에서 마이크 없이도 저렇게 질러대진 않을거 같은데..
레퍼런스가 됬던 연기가 무엇이길래 이 세명은 모두 한결같이 질러대기만 하는것인지
최소한 표정이라도 좀 다채롭던다. 얼굴은 마네킹같이 굳어있고

솔직히 50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옛날 이야기 한자락만 해도 50분은 후딱인 시간인데
이게 이리도 길게 느껴지다니.. 연출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저들이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한것일까

그래서 두번째 연극도 걱정할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연극 흐름이 너무 이상하면
안아프던 엉덩이도 불편해지고 자세도 삐뚤어지고 그러다보면 신경통이 생겨나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두번째 '붉은 일기장'은 다섯명의 연기자중에 두명은 괜찮았다.
나머지 세명은? 처음과 별반 차이 없고 발음도 이상하고 감정표현은 이상하다.
딸이 오빠에게 성추행 당했다는데 엄마와 오빠는 무표정하게 말만 한다.
왜 연기를 이렇게 할까? 연출께서 지도하지 않나? 이분들은 지금 연기아카데미에서 현장실습하고 있는건가?
보면서 연극의 내용보다 저들이 왜 저렇게 연기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커진것은 나만의 문제였을까?

이 연극의 내용은 이러하다.
딸이 교통 사고로 기억상실 되었는데 우연히 붉은 일기장을 찾아서 보게 된다.
그 내용인즉 오빠에게 성추행 당해서 괴로운데 어머니나 아버지는 그냥 잊으라고 딸에게만 강요한다.
그로 인하여 고립되는 자신. 결국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는 것인데
다행이 살아났으나 기억상실, 이때 이상하게 또다른 자아가 나타난다.
플래시백도 아니고 아무튼 과거와 현재를 막 오가면서 딸이 과거와 현재 두명으로 나눠서 표현하는데
이부분에서 두 사람의 연기차이때문에 느낌이 많이 갈린다.

정말 참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왜 관객이 많을까? 다들 아는 사람들인가? 내용 자체도 암울한데 연기도 엉망이고
무대도 극 두개를 소화해야 하다보니 장치라고 할것도 없다.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뭐지?

이상하다. 어제 봤던 '서재 결혼 시키기' 보다 훨씬 뒷끝이 많이 남는 연극이었다. 매우 안좋은 쪽으로

다시 생각해도 이상하다. 연출은 이들의 연기에 만족했던걸까?

출연 : 박미숙, 한지연, 최현, 박미옥, 봉기한, 임유한, 이소예, 김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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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3일 토요일

연극 -서재 결혼 시키기-

 

왜 제목을 헷갈리게 앤 패디먼 작품과 똑같이 했을까?
어떠한 이유에서든 제목을 같게하면 연극을 보려하는 사람들은 헷갈릴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한다는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으로 보이진 않는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의 삶을 이야기 하는것인가?싶었지만
생각보다 그런 내용은 극중 김수영(정신상담사)과 송예은(송해원의 동생)이 그 부분을 담당한다.
주인공이자 서재의 주인인 현성주(남편)와 송해원(아내)은 이런부분과는 다른 부분을 이야기 한다.
(송해원이 나오는 것은 회상 일부와 현성주가 만들어낸 상상속의 인물임)

이미 식어버린 서로의 감정. (식었다기보다는 풀지 못해 엉킬대로 엉켜버려 더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
헤어진 상태에서 송해원이 자살을 했다는건지 사고사인지도 솔직히 불분명하다.
자살과 사고사는 감정의 상처 크기에서 다른 느낌을 줄텐데 작가는 크게 개여치 않은거 같다.
단지 현성주의 감정상태에서 집중하도록 모든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래서 동생의 아픔이나 정신상담사의 감정상태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크다.
김수영의 누나도 자살을 했다는데 현성주는 짜증난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후벼판다. 저 친구가 곁에 있는 이유를
분명히 직시하고 있음에도. 이런점에선 우리들의 흔한 인간의 감정을 직설적이면서 멋지게 표현하지만
이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나몰라라 해버리게 되버리는 세상의 중심에 나 밖에 없는듯한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는듯한 이기적 성향의 인물로 표현된다.

개인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고 이기적이기도 한것이 인간이고
성주라는 인물은 이 모든것을 조금은 강하게 묘사되어 연극이니 그러겠지라고 넘긴다기보다는
관객인 내 감정은 너무 자기방어적인데 라는 기분이 훨씬 앞섰다. 그러니 성주의 모든 말들은
매우 논리적으로 대하는거 같지만 이 모든것은 무엇인가로부터 감추려는듯한 행동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극의 전체적인 흐름은 그렇게 신선하거나 새롭다거나 한것은 없다.
단지 대사들이 논리정연하다보니 이런것이 맞는 사람은 대사에 집중하게 되고
감정에 좀더 치우친 관객이라면 조는 경우가 생기는것일거다. (조는 사람도 제법 있어보임)

흐름자체는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는듯(적어도 스릴러가 아닌이상)한 한 사람
그 감춰진 감정을 토해냄으로 봄에 눈녹듯 모든것이 해결되는 참 별볼일 없는 전개인데
장장 3시간동안 단 한 순간도 나는 저들에게서 시선을 놓을수 없었다.
일단 대사에 집중을 안하고 놓치게 되면 바로 잠이 올거 같은 긴장되는 흐름속에서
대화 주제 역시 논리적이면서도 주제를 놓치 않고 치밀하고 깊게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는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아쉬운점은 한 순간에 모든 해결이 되 버렸다는 어이없는 상황이란것인데
그게 그렇게 바로 정점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었는가?다. 호흡도 가다듬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게 아니라
2시간50분동안 평지를 숨가쁘게 걷다가 1분만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까지 가서 9분동안 계단으로 설렁설렁 내려온 기분이랄까?

이 마지막 1분이 없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성주가 계속해서 벽을 허물지 않고 꽁꽁 싸매고 그대로 남들앞에서 멀쩡한듯 있다가
그냥 끝나버리는것은 이상했을까?
우리의 현실에서는 보통 그러지 않나? 한번 엉켜 더이상 풀수 없게 되면 그대로 방치해버리지 않나?

특이하지만 이렇게 깔꼼(?)하게 모든게 해결되는 연극은 꽤나 남는게 없다.
3시간가량을 미친듯 집중했는데 극장을 나올때는 이리도 홀가분하고 텅빈 감정으로 나오다니..(이게 좋은건지 그렇지 않은건지)
아무튼 기회되면 꼭 한번 보시길 권하고 싶다.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함)

그리고 제목처럼 '서재 결혼 시키기'는 원작 앤패디먼 작품을 읽어보는게 나을거 같은 기분이다.
(이 연극의 서재결혼시키기는 글쎄 뭐 그다지)

나도 적당히 큰 내 서재 하나 갖고 싶다. 그러면 지금보다 책을 훨씬 많이 샀을텐데..(읽는건 싫어함)

출연 : 이강우, 김희연, 정세환, 한수림

2025년 12월 6일 토요일

가을이 완전히 가기 전

연극 -당신이 잃어버린 것-

 

드림시어터는 적지 않게 갔던곳인데 이곳이 이렇게 자리가 넓었었나?
아니면 좀 바꾼건가?(좀 불편했던 극장으로 기억되는데 다른곳과 헷갈렸나)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됬던 사건이 있나?싶어서 광주에 버스 사고 같은것을 찾아봤는데
별다르게 나오는 기사는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수십명 이상 사망한 사건이 어디 한두건이던가.
무너지고 총을 쏴대고 몽둥이로 때려서 죽이고 한국전쟁도 실제로 그렇게 오래된 역사도 아니다.

이 연극은 이런 사건 후 남겨진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예전 세월호 참사관련 연극도 좀 있는데 마음이 편하질 않아서 가급적 기피하게 되었지만
이번 연극은 그냥 보게 되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주변사람들에게 '잊으라'는 말을 많이 하는거 같다. 그도 그럴것이
유족으로서 어둠이 얼굴에 각인 되 버렸으니 주변사람들이 모른척 하기도 그렇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도 모르기때문에 나오는 말들 '시간이 약이니 다 잊어라','산사람은 살아야지'같은
감정이 퇴색된 흑백 위로들

아마도 사람을 잃어본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말들이 위로가 되진 않을거란것쯤은 적어도 당장은 의미없다는것을 알것이다.
어느순간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에피소드 1의 감식관의 남편이 죽은 후 어느시점에 자신에게 두통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불현듯 잊혀지는것을 알게 되겠지만 이것도 모두 그런것은 아니다.
특히 자식을 잃었을때는 천륜이 끊겼으니 아마도 멍애가 평생 남을것이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할머니의 남편이 자살한것 처럼

이 연극은 이렇게 가족, 연인 들을 잃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잊기 위한 노력들을 보여준다.
옴니버스같은 형식으로 하나의 사건속에서 서로 관계 없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습들

그런데 첫번째 감식관들은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서로 모르는 한동내 사람들같이
조금씩 조금씩 엮이게 만들어놓고 약간의 코미디 요소도 넣어놔서 무거운 주제를
너무 무겁게 받지 않도록 설정하여 주제의 무거움에 비하여 무게감을 상대적으로 덜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무리 설정이 그렇더라도 분명히 이 대목에선 웃으라고 만들었을텐데 웃어야 하는지도 조금은 그렇다.
왜냐하면 내용 자체가 픽션(가상)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남겨진 자들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막 웃어도 되는것인지 이부분에서 조금은 난해한 기분을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대로 웃어도 될거 같은 기분도 든다.

인생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시 시간이 약인거 같다.
그 시간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그 때가 되었을때 웃기는 어려울수 있어도 잠시 덮어둘수 있지 않을까

다섯편의 에피소드중에 마지막 '언제나 꽃가게'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유일한 생존자의 가정. 관점이 좀 다르다고 해야 할지.
'크리스마스 특선'도 남겨진 자들의 아픔을 이야기 하다 말고 낙태한 젊은 엄마와 약간은 철없는 아빠(둘은 결혼하진 않음)

이렇게 보니 다섯편의 주제가 엄밀히 보면 모두 다른거 같다.
일부 사건과 시간을 공유하는정도이고 작가도 모두 달라서 표현하는 것 역시 모두 다르다.
잠시나마 왜 같은 줄기였다고 생각했던것일까? 연극을 보면서도 각각 다르게 봤으면서..

다섯편의 소품같은 연극이라 지루하지 않고 각각 말하려 하는 주제가 조금씩 달라서
생각하는 재미도 있는 괜찮은 연극이었다.
그리고 극장의 관객석도 적당히 넓어서 관람도 괜찮았는데..
가끔 스팟조명이 관객쪽을 쏴대서 눈뽕이 좀 있었서 놀랐다는 정도?
아무튼 시간이 약임에는 틀림 없는 사실인거 같다.

출연 : 승의열, 노윤정, 구혜령, 안근후, 김설, 이기현, 김남희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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