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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4일 목요일

연극 -오이디푸스(안트로폴리스)-

 

올해는 오이디푸스의 해인가? 중순쯤에 한번 보고 오늘 보고
연말무렵에 또 한번이 예약되어 있다.
첫번째는 국민배우 최수종씨가 나온다고 하니 반신반의하며 보고
오늘 하는 안트로폴리스 시리즈는 보고 싶어서 보고
11월말에 보는건 창극단이 하는거라 어떨지 궁금해서 예약해놓고.

안트로폴리스 시리즈라길래 나는 인간들 사회속의 어떤 사건들이 주제인 희곡들인줄 알았다.
이것이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시리즈 작품인줄은 오늘 처음알게 됬는데 이상하게 한 사람의 시리즈 작품이란걸 알게 되니
흥미가 많이 떨어지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유럽에서는 한번에 모두 보는 이벤트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리메이크? 리빌드? 아무튼 각색한것이긴 한데 일단 내용은 뭐라고 해야 하나
원작 내용에서 벗어나는건 없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시대적배경을 바꾼다거나 하는것도 없다.
춘향가의 랩버전이라 해야 하나? 좀더 간결하면서도 감정선이 깨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불필요하게 너저분한 묘사들을 모두 삭제

어떻게 보면 추상화 작업을 한 오이디푸스라고 할까?
의상, 대사, 표정, 표현 등 간결하면서 포인트들만 확실하게 살린 작품으로
시간을 거의 절반으로 줄여도 느낌이 크게 바뀔거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좋은건지 아닌건지)

다만 왜 찬사를 받았는지까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간결하고 감정선이 깨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극적인 요소들이 현격히 줄고 삭제되어 오이디푸스가 선사하는 극적 긴장감은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전위적 표현들로 상황을 표현한다는건 원작쯤은 다 알고 있는 관객들이라는 무언의 조건이었을까?
아마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무슨 내용이지?' 싶었을것이다. 현대 예술인가? 싶기도 할테고
이런점에서 원작에 예의는 없고 작가 본연의 감각 그대로를 희곡으로 표현한것 같다.
원작을 내가 알고 있고 내가 지금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한다면 나 또한 모든 부연 설명따위는 넣지 않고 원작에서
너저분하게 깔린 장치와 복선들은 모두 제거하고 굵직한 한두가닥만 남기는것이 의식의 흐름 아닐까.

다시 말해서 내가 오이디푸스(왕)를 읽으며 혹은 관람하며 주된 인물 누군가에 동화되어 흐름을 파악한 사람이라면
수작이라 느낄만한다. 모든 부연설명, 배경, 심리상태들은 이미 머리속에 있으니
그 흐름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되새김질 하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으로 다가올것이다.
문제는 사전 지식이 아닌 작품의 사전에 동화된 감정이 어느정도 깊이냐에 따라서 별 감흥이 없을수도 있어보인다.

추상화가 가장 지랄맞은이유는 관람자가 나머지 90%이상을 상상으로 그려내야 한다는것다.
코끼리 상아 한조각으로 코끼리 전체를 상상해야 하기때문에 세상 온갖것들이 다 튀어나오지 않겠는가?
그래서 코끼리를 보고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함께 호흡이나 시선을 맞춰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는 다른 세계가 되어 있을테니
알면 쉽게 간결한 감동으로 다가오겠지만 모를수록 난해해지고 사라지기때문에
이런 공연예술에서 바람직한 형태로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튼 제법 충격적이며 신선하다.
곰팡내 물씬 풍기는 옛날 옛적것을 가지고 와서 현대적으로 바뀐것도 아니고
작가 의식의 흐름대로 관객을 위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이 일필휘지 했을거 같은 작품에
나는 왜 감동과 식상함과 허탈함을 모두 느껴야 하는것인지 모르겠다.

오늘 새삼 느끼는 거지만 명동예술극장의 음향은 끝내주는거 같다.(국립국악원도 좀 배워주길.)
연극을 보면서 난대없이 느끼게 된다. 이곳은 위치, 극장, 음향 어떤거 하나 빠지는게 없구나.

몇명 나오지도 않고 무대 전체를 막 쓰는것도 아닌데(무대의 1/4 공간만 쓴다고 함)
이 연극은 중형 이상의 큰 극장이 잘 어울리는 극이란것에서 오는 신선함도 새롭다.

마지막 LED Wall은 좀 깨는 설정인데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벽을 다 채우던가. 전광판도 아니고. LED Wall이 비싸면 프로젝터로 쏘던가.
아무튼 막판에서 감정이 깨지는 느낌이라 좀 아쉬움이 남는다.

출연 : 강세웅, 신소영, 김문희, 유은숙, 김석주, 이재호, 김신효, 조성윤, 김정아, 조의진, 김진복, 최호영, 배선희

-추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단 공연의 티켓가격은 최저임금 두배를 넘지 말자




2026년 8월 1일 토요일

연극 -오이디푸스-

세종문화회관은 세금으로 지어졌고 서울시 예산(세금)으로 매년 근500억정도씩 지원하고 있지만
일반인이 섣불리 관람하기 어려운 공연들을 주로 한다. 참 개같다.

오이디푸스? 운명에 대항하려 하지만 점점 빠져드는 인간 사고의 본능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미친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들 보면 대부분 인간적이면서 생각보다 별볼일 없는 가십거리 정도의 내용들이 일색인데
(신인데 번식을 하고 서로 이권을 위해 죽이고 죽고 살점이나 피가 되 살아나고. 지가 무슨 플라나리아인가?)

아무튼 심연 깊숙히 들어있는 호기심, 탐욕, 시기, 증오, 번뇌 그리고 인내 수많은 인간 내면의 세계를 함축적으로
멋지게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기원전 작품이긴 한데 이때의 감각으론 어떤 느낌의 작품이었을지.
하지만 적어도 신을 깊이 경배하고 신탁에 대한 믿음 또한 절실했던것으로 예상은 된다.
기원전이면 500여년전 작품이니 거의 청동기시대나 다름없는(철기시대지만) 시기라서 지역에 따라선
원시사회같은 곳도 즐비했던 까마득한 옛날 옛적의 이야기로 이점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이상할건 없어보인다.

이것을 고려를 세우고 삼국을 통일한 왕 중의 왕이었던 배우 최수종께서 맡았다?
내가 이걸 왜 예매했는지 지금은 까먹었다. 왜 했을까? 일종의 오기였을까? 국민배우 최수종을 보고 싶었을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의 산물로 소극장 연극을 포기하고 예매를 했겠지.
(정말 보고 싶은 배우때문에 구입하는 경우도 가끔 있음)

고전 연극은 발성이 좀 특이하다. 왜 일까? 한국 고전은 별로 그런게 없는 편인데(고전이라고 무조건 판소리 하는건 아니니)
다들 배에 힘 빡! 주고 우럴차게 그리고 쭉! 뻗는 소리를 내기때문에 왠만한 극장에선 마이크따위는 필요가 없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M씨어터는 그냥 해도 될 정도의 중급 크기에 불과하지만
다들 특이하게 마이크를 사용한다. 그런데 우낀건 단 한사람을 제외하곤 마이크따위는 필요없을거 같은 발성이다.
직접적으로 말해서 최수종 단 사람을 위해 배우 전체가 마이크를 차고 있는거 같은 생각이 들정도
최수종의 발성은 솔직히 별로였다. 평생 연기를 했고 최고의 배우기때문에 특정 연기는 최고수준일수도 있겠지만
카메라 없이 제법 떨어져서 연기하는 무대에선 그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무대 배우들의 몸짓들은 평상시엔 불필요해보이는 행동들같아보이지만 이게 없으면 저 배우의 심정을 알길이 없다.
그 만큼 무대와 관객은 매우 멀디 멀다. 그래서 각각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들이 배우마다 다르고
그게 잘 먹히는 배우는 유명해지고 그게 잘 안되는 배우는 배우 생활이 순탄하진 않을거다.
(TV나 영화 배우만 했던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전혀 감이 없는거 같음. 대학시절엔 정극을 많이 하지 않았나?)

오이디푸스 내용 자체가 한사람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둘러 쌓는 구조긴 하지만
최수종을 위해 모든 배우들이 떠받드는 것 처럼 보인다. 심지어 특이하게도 귀신처럼 따라 붙어서 상황을 설명하는
코러스가 있다? 원래 있나? 싶어서 다른곳도 찾아봤으나 다른 공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처음엔 죽은 영혼이 붙어다니는줄 알았음)
심지어 효과음향까지? 영화인줄(연극에 왠 효과음-피아노소리지만 멜로디가 아님 극적 효과용 효과음-)
이때문에 극적 효과는 더 있지만 그 판(감정)을 깨는 것은 역시 그 한사람 뿐이었다.

그래서 오이디푸스 다른 공연들도 그런가 싶어서 외국 공연들을 몇편 찾아봤으나
이렇게 드라마틱한 움직이는 배경(프로젝터로 배경을 투사하는데 배우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함 같았음)을
영화처럼 사용하는 연극은 단 한편도 없었다.
그만큼 무슨 영화를 보듯, TV 드라마를 보듯 관객의 상상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영상을 활용한 최대한의 특수 효과를 낸다.

그렇게 크지 않은 극장에서 많은 것을 우겨넣어 고급지고 비싼 공연을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어느정도 성공한게 아닐까? 좀 더 큰 극장이었다면 OP(오케핏)에 연주자들도 섭외해서 더 웅장하게 꾸몄을지도 모르겠다.
출연진도 화려하지만 군계일학 같은 존재로 돋보이는 연기력을 선보인 이오카스테(임강희)는
계속해서 집중할수밖에 없어서 어느 공연이든 연기를 잘 하면 시선이 갈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딕션 끝내주고 무대에 특화된 연기와 일관성, 호흡, 매너 등) 어쩌면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동일한 톤으로 잘 구성되어 있었다. 단 한 사람을 빼놓고 말이다.

이럴거면 일반 현대 극을 하지. 왜 고전을 하겠다고. 그 덕에 티켓값은 더럽게 비싸지고.

최수종 팬이라면 이분이 출연한 날짜를 선택하시고
'난 오이디푸스 제대로 된걸 보고 싶다'면 양준모, 임강희 두분이 출연한 것을 선택하는게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선택일듯 싶다.
(보통 인지도 높은 배우와 더블 캐스팅 된 배우는 왠만해서 훨~~~씬 무대연기가 뛰어남.
인지도 높은 배우는 티켓값 비싸게 받겠다는 기획사의 의도일뿐 연극 품질과는 큰 관계도 없음, 오히려 별로인경우가 대부분임)

발성은 평생 TV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던 분이니 그럴수 있지만
무대를 뛰어다닐때 제발 흐느적 거리지좀 말고 손짓 발짓 표정 주변 사람들에게 좀 배우자.
순간 풋!이란 소리가 나올뻔해서 너무 놀랐었다.
자신이 다른 배우들과 뭔가 다르다는걸 모니터링 안하나? 에휴.

아무튼 얼굴마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성비가 한참 떨어진다는 진리를 되뇌여야 한다.

출연 : 최수종, 임강희, 임병근, 남명렬, 최수형, 박정자, 황성대, 임정욱, 김동현
코러스 : 이충곤, 소나영, 박범규, 손창성, 오태린, 이건영, 박서영, 강윤재

-추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단 공연의 티켓가격은 최저임금 두배를 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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