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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9일 금요일

공연 -축제(祝·祭)-

 

설 전날엔 어떤 마음다짐이 필요할까
전날까지 일하고 쉬는날이라고 늦잠을 잔 후에 나가는 것이 무척 어중간한 3시 공연
그런데 공연시간은 고작 한시간. 시내도 아니고 예술의 전당처럼 전시장이 있는곳도 아니다
국립극장이 덩그러니 있는 남산 주변

이곳에 오면 늘 쓸쓸한 기분이 드는데 산이 차갑고 공연이 멋졌으니
공연장을 나올땐 허무하면서 외로움이 생겨나는 것일뿐

한국에서 설은 분명 축제기간이긴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축제였고 언제까지 축제였을까.
언제부터인가 연휴때 거리를 다니면 서성이는 외국사람들을 많이 본다.
명절인만큼 다들 가족과 보내는 것인지, 한산할뿐 축제라고 할수 없는 기간이다.

축제란게 어떤 염원을 비는 제사라는 의미인지
추석과는 다르게 설에는 아무래도 한해 잘되길 기원하는 바람이 크기때문에 어울린다.
이것을 공연으로 만들었다곤 하는데 순수하게 공연만 봤을때 이해가 되는지는 좀 다른문제이다.

팜플랫을 보면 뭔가를 기원하고 귀신도 쫓아보내고 살풀이에 온갖것들이 다 들어있다고 한다.
한시간동안 참 많은것들을 우겨넣은 기분이다.

전통도 좋은데 전통적으로 이어져내려왔었지만 지금의 민중속에 녹아있는것과 다르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공연하고 오늘같이 설연휴라면 대중이 알수 있는 대중을 위한,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안되는 것일까?
보는 내내 꽤나 어색한것이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 추임세따위는 이미 사라진 문화이고
마당놀이란게 없어진 한국에서 저들이 저렇게 전통적 미를 추구한다고해도 관객석에서 리듬에 맞춰서
박수를 칠 사람은 이젠 없다. 차라리 누군가 옆에서 박수를 치라고 손짓 발짓을 해주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버린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은 바껴야 할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같아보인다.

이토록 고혹적인 예술문화가 이리도 어색할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론 안타깝기만 하다.

철저하게 공연에만 초점을 맞춰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만들어 관객이 전체 흐름을 파악할수 있도록 해주던가
완전히 고전 그대로를 공연해서 옛것의 정취만을 충분히 만끽하도록 하던가

이번 공연은 관객을 사로잡지도 못하고 전통예술을 전달하지도 못한 이상한 공연으로 보였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과 다르게 이곳은 이것을 보면 그냥 집에 가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한시간 공연이라니. 공연도 딱 구청에서 노인들 모아놓고 효도공연하듯 순회공연하는것마냥 그냥 그러한 래퍼토리를
국립극장이라는 좀 크고 잘 갖춰놓은 곳에서 설을 기념하기위해, 축제라는 타이틀을 걸고하는 공연이라면
제대로 만들어 90분에서 120분정도는 맞춰야 돈과 시간을 들여 찾아온 관객을 위한 예의가 아닐까.
한시간 춤, 한시간정도 각 도별로 유명한 민요, 판소리 몇 대목씩만 해도 나머지 한시간은 그냥 채워질텐데
씻고 나왔다가 공연끝나고 집에 와서 다시 씻는 시간이 한시간은 더 걸리겠다 젠장.

짧막한 공연들 여럿을 묶어서 한시간정도면 인사동, 세종로, 종로 한복판에서 연휴때 거리 공연정도로 가볍게 하는 정도지
이걸 정식으로 광고해가며 할정도의 가치가 있는것인가
한정된 관객석으로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기껏 먼곳에서 찾아온사람들 허탈하게만 만들고
거리공연을 하면 차라리 한국의 전통이라고 하는 마당놀이문화도 어느정도 맞아떨어지는데
(나는 마당놀이 세대는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융화적 공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기분이었냐면 관광지에서 매일 공연하는 그곳의 수십분짜리 전통 춤추는 공연을 본거 같은 기분으로
(하와이같은곳에서 빤쓰만 입고 나와 타악기 두드리며 공연하는 원주민 춤같은)
한국사람이 명절에 맞춰서 한국사람을 위해 만든 공연이라곤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다.

묵향같이 색다른 맛이 있는것도 아니다. 묵향도 여러번 보고 싶을 정도의 엄청난 공연은 아니지만
이번 공연보다는 훨씬 신선하고 멋진 기억에 남는다.

관객을 위한 공연이니 관객의 입장을 생각하는 한국공연이 되길 기대한다.

출연 : 국립무용단



2023년 6월 25일 일요일

공연 -산조(散調)-


장마 시작이라 습기와 온도가 엄청나다.
이렇게 올 여름은 한 중간으로 접어든것일까.. 여름엔 뭉게구름을 볼수 있는 계절인데
언제부터 뭉게구름을 보기 어려워졌다. 왜일까. 기후가 바뀐걸까

산조. 느리게 시작해서 피날레는 빠른 템포로 끝을 맽는다고 한다.
긴장, 의식, 감정의 흐름같다고 할까..
폭풍전야라고 해야 할지
3막12장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하지만 신경써서 구분하려하면 구분되겠지만
의식의 흐름을 무우 자르듯 자를수 있겠는가. 유야무야 물 흐르듯 전향된다.

특별히 이해된다거나 의미가 보인다거나 하진 않지만
순수한 감각만을 추구하는 듯 뛰어난 시청각을 자극해준다. 그렇다고 눈을 감는 오류는 범해서는 안된다.

이것을 전통 무용이라 할 수 있을까.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것들이 융합되었더라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면 현대무용이지.. 물론 현대의 감각 표현이 현대인들에겐 더욱더 이해도를 높이는데는 큰 역활을 하겠지만
이건 또 다른것으로 추상예술처럼 공연예술 특히 현대 무용은 난해하고 이해가 안된다.
차라리 오래전의 무용들이 훨씬 직관적으로 특징을 명료하게 뽑아내어 추상예술의 극을 보여준다고 할수 있다.
(현대 예술을 추상보단 개념예술이라고도 하던데 개풀뜯어먹는 소리같다.)

언제부턴가 느껴지는 한국 무용의 극단적으로 절재된 움직을 보여주는 1막 '중용(中庸)’
물론 모르겠다.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중용'인지도 모르겠다.
중용으로 시작했으면 다음은 극단(極端)은 순리일까 여하튼 분할되어 치우침을 상징하지만 이 역시 모르겠다.
이렇게 분할되어 격화된 상태에서 다음은 순화되어 중도(中道)를 맞이하게 되니 소나타 형식 같다고 해야 할지
그러나 최 후 의 평온함을 찾아보긴 어렵다. 폭충 전야는 있을수 있지만 폭풍 후의 평온을 기대하긴 어려운데
산조도 그렇고 소나타도 그렇다. 인간사 끝자락에 평온함을 찾을수 있는 자 몇이나 되겠나..

표현이 무척이나 매끄럽고 정갈하며 고급지다. 다만 맨 앞좌석이라 저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바라볼수 없다는것이
흠이라면 흠이며 좋은 좌석은 언제나처럼 가격도 비싸지만 그마져도 구하기 어려워 공연을 보는 내내 아쉬움이 따른다.

공포영화는 사운드가 생명이라 했던가. 이 공연 역시 음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거 같다.
독특한 긴장감과 북소리 특유의 박진감(이래서 예전 군대들이 북을 놓을수 없었겠지) 그리고 한국 음악의 독특하고 미친 훅

이 모든것들이 조화로워 보이지만 역시나 좌석이 똥이었기때문에
(이런 좌석은 시야 제한석으로 저렴하게 내놔야 하는거 아닌가? 맨 앞좌석인데 무용수들의 발을 볼 수 없을정도로 무대는 높고 좌석은 낮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앞쪽 몇줄은 왠만하면 선택하지 않는것을 권장한다. 차라리 중간쯤 구석탱이가 훨씬 좋을수 있다.

하지만 음향쪽은 감동이었다. 이렇게 편향된 좌석에 앉았음에도 음악의 감동은 미친듯 밀려온다.
보통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곳의 단점중 하나가 음향 밸런스가 무너지는것인데 결코 그런것이 보이지 않는다.
국립극장 시설이 좋은것일수도 있지만 견고하고 치밀하게 제작하였다는 것으로 관객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것이다.

연이어 여러번 볼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매년 한번씩은 보고 싶어지는 공연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가슴속 깊이 자리잡거나 하는건 나의 이해력 부족으로 그 정도까지 깊게 접근하진 못한거 같아서
보는내내 아쉬움이 들었다. 새삼 국립현대미술관이 가고 싶어지는 것은 왜였을까..

출연 : 국립무용단





2023년 1월 21일 토요일

공연 -새날-

 

설연휴지만 그다지 연휴같은 느낌도 들지 않고 엄청 춥다.
하지만 설날 무렵 하는 이 공연은 기다려진다. 비록 이번이 두번째 보는거지만. ^_^

흥겹고 아름다우며 멋있다.
그러나 조금 짧다. 한 70분정도 되는 공연이던가? 이정도면 짧은거 아닌가

총 7가지로 구성된 무용 공연인데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려운 면이 있다.
이상할정도로 움직임을 절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저런 춤을 오래전 조선시대에 추었다고?
사람들이 추기엔 쉽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엔 또 너무 고급스럽지 않은가..

현대에 맞춰 새롭게 탄생한 것들이 대부분이겠으나 그 뼈대는 오래전부터 내려온것들일텐데
일제강점기시대에 무엇이 끊겼는지 저들과 알 수 없는 두터운 벽이 느껴진다.

지금시대와 그전시대를 무엇이 갈라놓았길래 저들의 저 고귀함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하지만 빠져들기 시작하면 가슴깊숙한 곳에서 독특한 감동이 올라와 벅참 마져느껴진다. 그러나
이 감정이 어디에서 기인한것인지 알수 없기때문에 답답함도 함께 다가온다.

한국 고유의 무용은 인간 원초적인 무엇을 건드는지
조용한 움직임들이 무한한 깊이를 선사하지만 상상을 허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만 하는 욕심쟁이같다.

쉽다고 말하기엔 무엇인지 모르겠고 어렵다고 말하기엔 벅찬 감동을 억누를수 없으니
다음 공연을 묵묵히 기다리는수밖에...

출연 :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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