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엄청나게 집중하게 만드는 연극을 봤다.
이런것을 보면 뒷끝이 썩 좋지 않고 정신도 피곤하고 막상 집에와서 관람기를 써보려 하면
기억나는게 없다가 어느순간 기억나지만 이미 의미 없는 시간
외경(Apocrypha)은 기독교 성경에서 나오는 정식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을 말한다고 한다.
성경을 편찬할때 수많은 자료들 중 필요한것은 넣고 맞지 않는것은 빼서 성서로서 가치를 만들기 위함일텐데
아무래도 당시 사회적, 역사적, 시기적 힘에 따라 정해졌을거라는것이 중론이다.
그렇다고 오늘 나온 내용이 외경의 한 부분인것은 아닌거 같다.
집에 오자마자 어떤 내용을 모티브로 한것인지 한참을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는걸 봐서는
기본 배경은 아담과 하와, 유다(?)도 나오는 신화적인 그 시대. 수백년이 흐른뒤 예수가 나온다는 말도 외경에 나온다곤 하지만
이런건 귀에 걸고 코에 걸고 막 걸어대며 눈을 흐리게 만드는 설정일뿐 연극에선 별다른 언급조차 없다.
(유다가 나오니 비슷한건가?)
배경만 쫓겨난 아담과 하와가 네모난 어떤 공간에 갖혀서 참회하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아담은 참회하며 마른땅에 씨앗을 심지만 하와는 그러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성경같은것은 없다.
정확하게 인간의 내면만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부분 부터 심각하게 집중하지 않으면 많은것을 잃기도 한다.
부부로서 동반자로서 하지만 한 사람의 실수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에 대한 회한, 원망 등이 서로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환경도 좋지 않은 뙤약볕의 마른 사각 공간이니 아담은 은연 중 원죄에 대한 원인을 이야기 하고
하와는 그것의 본의는 서로 잘 되기 위함이고 모두 (뱀->하와, 하와->아담)승락했는데
그것을 자신의 책임인냥 말하는 것에 서운함을 토로한다.
삶에서 원죄에 대한 갈등으로 부부, 연인, 친구 등 인간 관계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매우 보편적인 사건들인데 이것의 묘사를 치밀하고 집요하게 진행된다.
두번째 장에서는 갑자기 뱀(사탄)이 나타나서 아담을 설득한다.(사탄이 아담을 계속해서 괴롭혔다고 함)
죄악 시 되었던 관례에 대한 항변같다고 할까?
결국 아담은 그 꼬임에 넘어가는듯 보이지만 실상은 인간 본성에 대한 양면성을 나타내고 있다.
뱀을 품에 안을정도로 포용력 있다는 것을 신께 알리면서도 내부적으론 자신이 원하는(다시 에덴동산으로 돌아가는)것을
취하기 위해 신 야훼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중성을 보인다. 영화 메트릭스의 사이퍼같다고 해야 하나?
본성과도 같은 인간의 이기적 성향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재를 바꿔가며 이어지는데
이렇게 뱀이 몸에 들어갔으나 신은 그를 보지 않는다. 그로인해 몸은 망가지고 있다고 한다.
(뱀이 뜯어먹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자신의 탐욕적 이기심이 자신을 좀먹는다는 의미로 나는 받아드렸음)
점차 팔과 다리가 사라지고 얼굴이 망가지고
여기서 두루미(?)가 나타는데 두루미의 상징성은 모르겠다. (문학적 의미로 봐도 특별히 어울리는 상황은 없어서 행운정도?)
두루미의 이름을 아담이 지어줬다고 해서 이런 내용이 성경이나 다른 자료에 나온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루미는 분명히 이름을 갖게 되었고 그로서 실존적 의미를 지니는 존재가 되었기때문에
아담이 구해달라는것을 무시하고 떠날순 없었다. (도덕경 1장과는 다소 상반되는 개념으로 봐도 되려나)
외적 힘으로 내면적 지향점을 뒤집어 놓을수 있다는것에서 조금은 아쉬움이 있었지만(중국 무협지에나 나올법한)
뱀이 빠져나가면서 아담의 몸에 독을 넣어놔서 독이 퍼진 상태로 이것을 치유하기 위해 두루미에게 간곡히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는데
마지못해 알려준다. 흰 새 다섯마리를 먹으면 여차저차해서 치유 완료
흰새라는 대목에서 알겠지만 여기서 인간의 어리석음이 다시 발동된다.
하와가 등장하지만 아담을 설득해 순교?(고?) 하고 두루미를 풀어준다. 그리고 하와는 자식에게 아담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나 그 동안 한이 쌓인 두루미는 자신의 한을 하와에게 푼다????
원죄. 카르마, 업 이런것은 생각보다 철학적이라기보다는 종교에 가까운데 그것도 기독교보다는 불교에 가깝다.
전체적인 흐름은 업을 쌓아가는 인류를 표현하여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이 떠오르고
실존주의적 가치에 대해 빗겨가듯 스치는 현실적으로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식일수도
약간 좁게 봐서 한국 사회에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종교적 관점보다는
종교화 되었지만 모두들 외면하는 척 하는 외경의 한 단락으로 표현된것이 아닌가도 싶은 독특한 연극이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치밀한 전개 그리고 잘 짜여진 구성과 연출
엄청난 연극 한편을 본거 같다. 하지만 오늘이 끝이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런지.
출연 : 김영민, 광성은, 이강민
-추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단 공연의 티켓가격은 최저임금 두배를 넘지 말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